이창분 작가의 영감은 자연으로부터 얻어진다. 삶에서 마주하는 자연 풍경과 다양한 생명체들을 간결한 붓터치와 선명한 색감을 사용하여 추상적 이미지로 표현한다. 바탕에 칠해진 색 위로 화이트가 겹겹이 칠해 진다. 이는 대상이 지워지는 과정 같으나, 하얗게 남은 화면은 마치 빛으로 덮여진 듯이 보이기도 한다. 자연에서 얻은 찰나의 순간들은 저마다의 형태를 갖추어 예술 작품이 되어간다. 형태를 과감히 삭제함으로써 감정은 절제 되어 표현된다. 따라서 화면 전체에서 느껴지는 단순미가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흰 여백은 평화로운 분위기를 형성한다. 꽃잎 같기도 나뭇잎 같기도 한 존재들이 구름처럼 고요히 흘러가고 있다. 차분하지만 그 안에는 강렬한 생명의 기운이 들어있다. 작가는 작품을 마주하는 이들을 위한 치유와 위로의 메시지를 담아두었다.

작품은 작가를 비추는 거울 같습니다. 우리는 작가와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림을 통해 그 사람의 성향을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이창분 작가의 맑은 추상화를 바라보면, 창작자의 순수한 영혼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그림 속을 부유하는 조각들은 강렬하게 존재감을 나타내기도 하며 때로는 은은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들은 강인해 보이면서도 한없이 부드럽습니다. 기본적으로 회화는 흰 바탕 위에 어떠한 대상이나 형태를 그리며 채워가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작가는 그러진 형태를 지워 나가며 작품을 완성해갑니다. 가득 채우는 것이 아닌, 비워내는 행위는 개인 내면의 욕심을 내려놓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작품을 통해 작가가 발견해 왔던 생명의 순간들을 감상하게 됩니다. 깨끗하고 화사한 색채는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며 공간 가득 싱그러운 자연의 에너지를 가득 채워 줄 것입니다.